늙은 호박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호박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필자는 일단 복스러움이 떠오릅니다. 복이 가득한 호박덩이들을 바라보면 그냥 흐뭇해지죠. 또 보석 호박도 생각나고요. 그리고 못생김의 표현도 생각납니다. 그만큼 호박은 우리에게 아주 친근하죠. 단호박, 애호박, 그리고 오래된 수필처럼 차분하면서도 애잔한 단상의 늙은 호박이 있는데, 가을 보약으로도 불리고 건강복을 넝쿨째 더해주는 이번 달의 음식은 늙은 호박입니다.
호박은 박과에 속하는 일년생 덩굴식물로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은 임진왜란 이후로 알려졌습니다. 원산지는 동인도와 북아메리카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습니다. 다른 열매채소에 비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며, 가뭄에도 잘 견디고 병충해 발생이 적은 무공해 건강식품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호박은 수분이 90%를 차지하며 당질이 5~13%로, 채소 중에서 녹말의 함량이 풍부한 식품입니다. 카로틴이 2~3mg이나 들어 있고 비타민 B1과 C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호박씨, 꼭지까지 버릴 게 없어
늙은 호박은 ‘청동 호박’, ‘맷돌 호박’, ‘숙과 호박’이라고도 불리는데 애호박보다 성숙한 호박이라는 뜻에서 늙은 호박이라는 명칭이 사용된 듯합니다. 한의학에서는 늙은 호박을 ‘남과(南瓜)’이고 늙은 호박씨를 ‘남과자(南瓜子)’라고 하는데요. 중약대사전에 의하면 남과는 보중익기(補中益氣) (비위를 보하고 기운을 더해준다.)하고 염증을 없애며 통증을 멎게 하고 해독작용이 있으며 병균을 죽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과자는 촌백충, 회충, 산후에 손발이 붓는 증상, 백일해, 치질을 치료한다고 적혀 있습니다만 실제 임상에서 한약재로 많이 사용하진 않고 있습니다. 또한, 늙은 호박의 꼭지를 ‘남과체’ 라고 하는데 큰 종기나 끓는 물에 덴 상처를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니,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네요.
베타카로틴 성분 암 예방 효과
늙은 호박은 정말 다양한 효능이 있는데요. 늙은 호박의 특유한 노란 색소인 루테인이 피부암을 예방하고 눈을 밝게 하며 베타카로틴이 항산화 작용을 하기에 피부에 좋다고 합니다. 또한, 비타민C가 많아서 피부 자체를 곱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늙은 호박에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들어 있는데 베타카로틴은 비타민A가 2개 결합한 분자로 비타민A가 필요해지면 2개로 분리되어 비타민A가 됩니다. 이 베타카로틴의 암예방 효과는 너무도 잘 알려졌는데 최근 국립암센터의 연구에 의하면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채소를 섭취할 때 폐암 발생률이 30% 정도 줄어드는데 반면, 채소가 아닌 종합비타민과 같은 보충제의 형태로 복용할 땐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하니 어쩌면 인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 상태엔 우리의 연구만으론 알 수 없는 엄청난 장점들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이렇게 늙은 호박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강하고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좋은 효과가 있으니 정말 복덩이입니다.
이뇨작용은 기본, 시트룰린이 지방축적 억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호박의 효능 중에 이뇨작용, 부종을 없애는 효능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흔하게 산후 산모들의 부종을 없애는 데 호박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산모들의 부종은 신장의 문제에 기인한 것이 아니고 임신 중에 피부에 축적된 수분 때문에 생긴 부종이므로 이뇨작용보다는 땀을 내서 배출시키는 것이 좋다는 견해도 있고, 또 출산 직후에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몸이 부담을 준다는 견해도 있으니 이런 점들을 참고하셔서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출산 후 한 달 정도 지난 다음에 먹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이지 조금씩 드시는 것은 아무런 해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모가 아닌 경우에는 늙은 호박의 이뇨작용은 노폐물을 배출하고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작용이 있으니 많이 드셔도 상관없습니다. 늙은 호박은 열량이 아주 낮고 시트룰린이라는 성분은 지방의 축적을 막는 기능까지 있다고 하니 체지방 조절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게다가 늙은 호박은 신경을 완화하는 작용이 있어서 불면증에도 좋다고 합니다. 몸 건강뿐 아니라 마음 건강까지도 호박의 복은 이렇게 가득합니다.
식물성기름으로 조리하면 영양흡수 잘돼
늙은 호박에는 비타민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비나아제 효소가 들어 있어 열을 가하면 이 효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익혀서 먹으면 비타민 C의 손상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때 늙은 호박에는 지용성인 카로티노이드계 성분이 풍부하므로 약간의 식물성 기름을 넣고 조리해 먹으면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늙은 호박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자니 자꾸 할머니의 쭈글쭈글하지만, 인정과 사랑이 가득한 얼굴과 손이 생각납니다. 아픈 손자를 포근히 안아서 세월의 흔적 가득한 약손으로 쓰다듬어 주시던 온기가 절로 느껴집니다. 늙은 호박은 인자한 할머니처럼 그렇게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의 건강과 마음을 정성스레 쓰다듬어 주고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글.장민호 {사랑해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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