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알코올·우울증.. '정신건강 문제' 세대별로 다르다
-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자살생각률’ 70代 가장 높아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필요”
자살률은 높고 삶의 만족도는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가 세대별로 나타나는 양상이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아동·청소년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청장년층은 도박이나 알코올에 중독될 위험이 크며, 노인은 우울증이나 자살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최근호에 게재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수준과 정신건강 지원 현황’(전진아 부연구위원, 최지희 전문연구원) 보고서에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2011년 건강보험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정신건강 문제는 생애주기별로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의 일률적인 정신건강 증진체계로는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아동·청소년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10대(31.6%)와 20대(24.2%)가 40대(10.7%)나 50대(5.3%)보다 수배 높았다. 인터넷 ‘과의존 위험군’ 비율 역시 10대(13.4%), 20대(13.3%)로 나타나 40대(3.0%), 50대(1.0%)를 웃돌고 있다. ‘과의존 위험군’은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금단이나 내성, 일상생활 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을 경험하는 그룹을 말한다.
청장년층은 도박이나 알코올 중독 위험성이 높은 집단으로 분류됐다. 도박중독 유병률은 30대(6.8%), 40대(6.5%), 50대(6.2%)로 분석됐다. 이는 20대(4.2%)나 60대 이상(3.5%)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알코올 사용장애(의존 및 남용) 유병률은 20대가 6.9%로 가장 높았다. 30대와 40대는 각 4.5%로 뒤를 이었다.
노인들은 우울 지표가 높았다.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 등을 느낀 분율로 측정한 ‘우울 증상 경험률’은 70대가 1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13.1%), 60대(12.4%)로 나타났다.
또 최근 1년 동안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분율로 측정된 ‘자살 생각률’ 역시 70대 이상이 8.5%로 가장 심각했다. 실제 70대 이후 남자 노인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00명을 훨씬 웃돌고 있다.
연구팀은 세대별로 정신건강 문제가 다양하지만, 정부 대책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진아 부연구위원은 “최근 정부 차원의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지원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들 사업이 적절히 실행되기 위해서는 각 부처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진행될 사업간 연계,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 기존 정신건강증진체계 확대와 정신보건 전문인력 확보 등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출처.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