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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이야기

지올blog 2012. 12. 20. 07:22

 

이미지 지올메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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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면서 낮이 짧고 긴 밤시간을 보내는 계절이다.

1960, 1970년대만 해도 추운 겨울밤이면 '메밀묵 사려어, 찹싸알 떠억∼"의 구성진 소리와 함께 어깨에 궤짝을 메고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소리치는 야식장수를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면 이집저집에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문을 열고 나와 메밀묵과 찹쌀떡을 사서 밤간식으로 먹었다. 겨울밤에 메밀묵을 팔러 다니는 장사꾼의 모습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있었다. 지금은 이러한 모습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필자도 가끔 겨울간식을 먹었었고 때때로 그 음식들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메밀묵과 찹쌀떡은 지금도 국민 건강식 및 별식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메밀은 병충해도 적고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하고 황무지에서도 잘 살 수 있어서, 구황작물로 5세기 무렵부터 재배됐다. 메밀의 열매는 검은 갈색이며, 메밀쌀은 주로 가루로 해 메밀묵·메밀국수·냉면 등의 원료로 쓰인다.

메밀묵을 만들기 위해선 메밀을 잘 닦아서 더운 물에 담가 불린 후 씻어서 거피(去皮·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해야 한다. 이렇게 잘 다듬어진 메밀을 절구에 넣고 찧은 후 물을 부어 체에 밭쳐서 가라앉히면 앙금이 남는데, 앙금이 바로 메밀묵의 재료다. 앙금을 솥에 넣고 물을 부어 서서히 잘 저어가면서 풀쑤듯이 끓여 적당한 그릇에 담아 굳히면 먹음직스러운 메밀묵이 완성된다.

요즘은 시중에서 손쉽게 메밀가루를 구할수 있는데 이를 구입해 호화(전분에 물을 붓고 가열해 점도를 높이는 것) 과정을 거쳐 식히는 것만으로 메밀묵을 만들 수 있다. 메밀묵은 그대로 썰어서 양념장과 김치를 곁들여 먹기도 하고 소금기름에 무쳐서 채친 파와 고춧가루를 넣어 메밀묵무침으로 해 간식 및 반찬으로 먹는다.

원래 메밀묵은 겨울음식으로 많이 먹었으나 요즘은 계절 구분없이 이용되고 있다. 메밀묵은 수분 비율이 85∼90% 정도이고, 칼로리는 100g당 약 40∼60㎉ 정도로서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을 주어 밤에 먹어도 위에 소화부담이 크지 않아서 겨울밤 간식으로 적당하다.

메밀에는 철분과 니아신, 티아민, 리보플래빈 등 비타민B 복합체가 많이 들어 있다.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루틴(rutin) 성분도 충부해 모세혈관을 튼튼히 해 장과 뇌출혈,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메밀은 글루텐이 없어 밀가루 음식 소화에 애를 먹는 사람들에게 권장하는 음식이다. 메밀의 산지인 경북 거창군에서는 메밀묵무침에 석이와 실고추를 고명으로 해 양념장을 무쳐 먹고, 강원 봉평면에서는 메밀묵을 채 썰어 육수에 말아 먹는 묵밥이 향토음식으로 발달했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출처.문화일보